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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드라마

영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 살아남는다> 정보 및 줄거리, 등장인물, 짐 자무쉬의 뱀파이어 로맨스!

by 예슬의전당 2023. 5. 23.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Only Lovers Left Alive>(2014), 짐 자무쉬(Jim Jarmusch)

 

1. 정보 및 줄거리

 

영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Only Lovers Left Alive>(2014)는 짐 자무쉬(Jim Jarmusch) 감독의 장편 영화이다. 작품은 한국으로 수입되며 원제를 그대로 번역해 왔다. 짐 자무쉬 감독은 우리에게 <패턴슨>, <데드 돈 다이>, <천국모다 낯선>, <김미 데인저> 등으로 잘 알려진 유명한 감독이다. 참고로 틸다 스윈튼과는 작품을 여럿 함께해 왔고, 2014년에 개봉된 해당 작품 역시 그를 필두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에서 동시 제작한 다국적 영화로 총 러닝타임은 123분이다. 2시간이라는 시간이 짧지는 않지만 '뱀파이어'라는 오래된 소재를 짐 자무쉬 감독만의 유쾌하고 시니컬한 방식으로 재미있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다. 15세 관람가로써 장르는 드라마, 멜로, 로맨스이다. 작품은 2013년 46회 시체스 영화제에서 오피셜 판타스틱 및 스페셜 배심원상을 받은 바가 있다.

 

여기,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롱 디스턴트' 사랑을 하고 있는 연인이 있다. 이들은 이미 결혼을 3번이나 한 부부. 이름은 '아담'과 '이브'이다. '아담'은 미국 디트로이트에, '이브'는 모로코 탕헤르에 각각 떨어져 지낸다. 이들은 뱀파이어로써 수 세기를 살아왔고 나름의 방식으로 그들만의 사랑을 이뤄왔다. '아담'은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으로 활동하며 주로 장례식 음악을 만들면서 생계를 이어왔다. 근래 '아담'은 인간들을 경멸하는 중이다. 원래부터 싫어하기는 매한가지였지만 갈수록 인간 세상에 대한 염증이 극에 치달은 것이다. 뱀파이어인 이들은 인간의 '순수한 피'를 마셔야 생을 유지할 수 있는데 요즘 인간들에게서 깨끗한 피를 얻어내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닌 게 문제였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피를 공수하는 것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인간들은 눈앞에서 자꾸 알짱거려서 짜증 나게 군다. 그때, '아담'의 우울함을 위로하기 위해 '이브'는 이역만리에서 '아담'의 곁으로 날아온다. '이브'가 온 것은 좋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이브'의 통제불능 말썽꾸러기 여동생 '에바'까지 찾아오고 말았다. '아담'은 '에바'가 싫다. 만났다 하면 사고 치기 일쑤였고 그것을 수습하는 것은 늘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이브'의 부탁으로 간신히 짜증을 짓누르고 '에바' 역시 '아담'의 집에 머물게 된다. 하지만 자유분방한 '에바'가 온 뒤로 이들 부부의 뱀파이어 본능은 점점 깨어나고, 상상하지도 못한 시점에서 '에바'가 대형 사고를 치고 만다. 설상가상 이제 '순수한' 인간의 피는 고갈되었다. 21세기 현대사회, 길거리에 나앉아 맥없이 죽게 생긴 이들 부부는 과연 영원한 삶과 행복, 사랑을 영위할 수 있을까?

 

2. 등장인물

 

매력적인 백발의 뱀파이어 부인 '이브'는 우리에게 <설국열차>로 유명한 할리우드 전설적인 배우 '틸다 스윈튼'이 연기했다. 매가리 없이 우울증에 빠진 언더그라운드 가수이자 뱀파이어 남편인 '아담'은 우리에게 마블 시리즈 '토르'의 말썽꾸러기 동생 '로키'로 유명한 '톰 히들스턴'이 연기했다. 사고뭉치인 '이브'의 여동생 '에바'는 <마담 보바리>에서 '보바리' 역을 맡았던 '미아 와시코브스카'가 연기했으며, '아담'의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유일한 인간 친구인 '이안'은 우리의 영원한 감초 '안톤 옐친'이 분했다.

 

3. 리뷰

 

최근 박서련의 <오직 운전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라는 단편 소설을 읽었다. 엔솔로지 소설집이었는데, 해당 작품은 감염병 아포칼립스 세계관에서 살아남은 여성과 슈퍼면역자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 장르의 소설이다. 박서련 작가 특유의 술술 읽히는 글과 대화체로 주로 구성된 이야기 덕분에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난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 나는 짐 자무쉬의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를 보았기에 이 소설이 더욱 기억에 남았을지도 모른다. 감독의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는 기묘한 영화이다. 21세기의 뱀파이어들이라니. 뱀파이어의 이야기는 늘 흥미롭지만, 짐 자무쉬만의 화술은 새롭기가 그지없다. 나는 '아담'과 '이브'라는 이 뱀파이어 한 쌍이 어쩐지 불쌍하게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들 부부가 '뱀파이어'가 아니라 현대사회에서 갈 곳을 잃은 한낱 '인간'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인간보다 더 인간답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었기에, 이들이 '뱀파이어' 역할로 분한 것은 역설적으로 '비인간'의 속성과 잘 맞아떨어져서 괜찮은 비유처럼 생각됐다. 재미있는 점은 감독이 이들 부부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조용히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은 곳에서 잠자코 수 세기를 살아가던 이들 부부가-심지어 멀리 떨어져서 지낼 만큼-뱀파이어 본능을 주체할 수 없게 되고, 결국 아주 커다란 사고를 치게 된 후에 갈 곳 없이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순수한 인간'의 피를 마셔야만 생이 유지되고, 조금이라도 오염된 피를 마시면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린다는 설정도 재미있었다. 이들 부부가 인간적으로 느껴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작품의 배경이 21세기라는 점이다. 뱀파이어가 사람을 물어서 죽이면 이제는 '전설'이 아닌 '범죄사건'으로 추적되기 때문에, 그들은 이 교묘하고 문명화된 인간 사회가 점점 힘들어졌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인간들은 갈수록 못된 사람들만 늘어나고, 유일한 양식인 인간들의 '순수한 피'도 석유처럼 고갈되어 갔다. 이들 뱀파이어 부부에게는 인간은 미우나 고우나 '없어서는 안 되는' 필요불가결한 존재이기 때문에 이들 부부를 힘들게 했다. 그저 조용히 살고 싶었을 뿐인데. 가만히 사랑만 하고 싶었을 뿐인데. 그저 세상의 어두운 비밀로 남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다. 또 하나 재미있었던 사실은 언더그라운드 음악가 '아담'이 조용히 얼굴 없는 작곡가로 유명세를 떨치면서도-그러한 매우 '인간적인' 욕망을 갖고 있으면서도-인간 사회에 염증을 느끼며 극도의 '우울감'을 감각한다는 점이었다. 우울한 뱀파이어라는 설정이라니. 톰 히들스턴이 너무나 맛깔나게 연기를 해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매력적인 '우울 덩어리' 뱀파이어가 너무 좋았다. 이 세상에 둘 도 없을 만큼 시원시원한 성격의 뱀파이어 아내 '이브'와 우울한 뱀파이어 '아담'의 조합은 내가 보기에는 확실히 기묘하고 묘하게 피식피식 웃게 되는 감독의 재치처럼 느껴진다.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는 사람에 따라서 취향에 맞는 경우도, 아닌 경우도 많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는 뱀파이어라는 소재와 기묘한 감독의 웃음코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영화임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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