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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책 <지구 끝의 온실> 정보 및 줄거리, 등장인물, 리뷰 김초엽 첫 SF 장편소설!

by 예슬의전당 2023. 3. 20.

<지구 끝의 온실>(2021), 김초엽, 자이언트북스

1. 정보 및 줄거리

 

도서 <지구 끝의 온실>(2021)은 2021년 한국의 자이언트북스에서 출간된 김초엽의 첫 SF 장편소설이다. 김초엽은 SF 장르소설의 대표주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꾸준히 혐오와 소수자 문제를 소설로써 밝히고 있다. 그의 문장은 간결하고 또렷하며 빠릿하게 읽히는 장점이 있다. 대표작인 단편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으며 현재까지 출간된 도서들이 거의 빠짐없이 베스트셀러에 등극할 만큼 대중적인 인기가 있는 작가이다. 배명훈, 정세랑 등과 같은 계열의 장르소설 작가이지만 그만의 특유의 문체와 감각적인 사유로 두터운 팬층을 지닌 작가이기도 하다.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므레모사>, <방금 떠나온 세계>, <행성어 서점>, <원통 안의 소녀>, <사이보그가 되다> 등의 소설을 남겼고, 최근에는 <책과 우연들>이라는 제목의 첫 에세이를 출간하기도 했다.

 

더스트생태학을 연구하는 생태연구소 연구원 '아영'은 22세기인 현재 최근 강원도 '해월'에서 '악마의 식물'이라고도 불리는 유해식물, '모스바나'가 이상증식하게 된 원인을 연구하게 된다. '더스트 폴'이 솔라리타 연구소의 '디스-어셈블러' 광역 살포에 의해 완전 종식된지 오래된 지금, 자연의 생태계 다양성 증가에 따라 자연히 모스바나는 자연 도태되었으나 이상하게도 '해월' 지역에만 떡하니 모스바나가 무시무시한 번식력을 자랑하며 이상증식하게 된 것이다. 정황상 누군가 일부러 생물테러를 가한 것임이 확신시 되던 때, '아영'은 어린 시절 만난 신비로운 이웃집 할머니 '이희수'씨를 떠올린다. 무성하게 자란 풀들을 하나도 관리하지 않은 정원을 가진 그. 기계정비사이던 이희수는 마을의 (더스트폴 종식) 공로인들과 매번 부딪히며 마을의 골칫거리인 사람이었다. '아영'에게는 한없이 친절하던 이희수씨의 정원에 찾아간 밤, '아영'은 이상한 식물들 사이에서 푸른 빛이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본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불빛에 매료된 '아영'은 이사를 가고 성장한 뒤에도 그 추억을 잊지 못한다. 한편 '아영'은 과학자이기는 해도 미신에 일가견이 있어 종종 미스터리 사이트에 글을 구경하곤 했는데 그곳에 업로드되는 글들과 해월의 모스바나 이상증식 사건을 연구하면 할수록 이상한 점이 많아 그것에 집요하게 파고들기 시작한다.  (아래는 서브플롯) 21세기 '더스트 폴' 이후 세계는 마비가 되었고 세계 곳곳에 '돔'이 세워졌는데, 그곳에 진입하지 못한 자 대부분은 도태되어 죽었고 돔 바깥에서 겨우 살아남은 사람은 더스트에 '내성'이 있어서 근근히 살아가는 사람이 다수였다. 내성 덕분에 목숨을 잃지는 않았어도 돔 시티의 '사냥꾼'들이 내성족들을 박해하고 납치하는 사건이 만연했다. 내성족 자매 '아마라'와 (동생)'나오미'는 돔 시티의 사냥꾼들과 살인 로봇들을 피해 이곳저곳을 방랑하고, 소문으로만 존재하던 '프림 빌리지'에 도착하게 된다. 그곳에서 마을의 리더인 기계정비사 '지수', 온실 속에서 나오지 않는 신비로운 식물학자 '레이첼' 그리고 마을의 재미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숲의 바깥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목숨을 잃고 전쟁하지만 이상하리만큼 프림 빌리지는 고요했다. 레이첼이 개발하는 식물이 더스트 수치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했을 뿐더러, '지수'와의 계약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더스트 '분해제'를 교환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레이첼은 몸에 유기체 비율이 30%도 안 되는 사이보그였고, 인간사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솔라리타 연구소 식물학자였다. 그의 팔을 고치러 종종 기계정비사로서 지수가 활약했고 우연히 말레이시아 지방에서 만난 그들은 서로의 이해관계를 목적으로 프림 빌리지를 꾸린 것이다. 지수는 더 이상 옮겨다니지 않을 만큼 안전한 공간을, 레이첼은 온전히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원했던 것이다. 그러나 프림 빌리지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결국 뿔뿔이 흩어진 마을 사람들은 세계 곳곳에 정착하게 되는데. 거의 한 세기가 지나 자매는 분해제를 보급한 '랑가노의 마녀'로 우상시되었고, 프림 빌리지 사람들은 서로의 생사를 모른 채 늙어갔다. 배신과 고발로 마을이 무너진 줄만 알았던 나오미 자매는 모스바나와 프림 빌리지에의 진실을 추적하던 '아영'의 설명을 듣고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게 된다. 프림 빌리지 사람들은 곳곳에 흩어져 자신만의 정원을 지어 지구를 다시 살게 만들었던 것이다. 분명 그 식물은 모스바나이다. 모스바나는 조금만 스쳐도 인간에게는 매우 유해해 알레르기가 이는 식물이었고, 사실상 더스트 수치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는 식물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식물을 심음으로써 새롭게 정착하고 삶의 터전을 만든 것이다. 솔라리타 연구소의 디스-어셈블러 광역 살포가 결정적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이 각자의 온실을 만들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2. 등장인물

 

더스트 폴 이후 재건 사업에 집중하느라 더스트생태학은 마이너 학문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영'은 바로 그 더스트생태학 연구소의 연구원이다. '아영'의 동료로는 시원시원한 성격의 동료 연구원  '윤재'가 있다. 액자식 구성으로 서브 플롯의 주인공인 에티오피아 자매 '아마라'와 '나오미'는 21세기 더스트폴 당시를 살아가던 과거의 인물이다. 둘 다 내성이 있어 돔 바깥에 밀려나서도 살아남기는 했지만 완전 내성을 가진 나오미와는 달리 언니 아마라는 약한 내성을 타고나 조금이라도 더스트 농도가 높은 곳에 가면 앓아눕기 일쑤였다. 청소년이지만 의젓하고 생활력이 강하며 의지가 강한 자매이다. 더스트 폴 직후 대피소에서 내성 테스트를 했는데 이때 내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자매는 곧바로 연구소로 납치되었으며, 이때 갖은 납치와 학대를 받았다. 우연히 침입자에 의해 연구소가 위기를 맞자 기회를 틈타 도주했으며 이곳저곳을 떠돌게 된 신세였다. '지수'는 프림 빌리지를 세운 리더이다. 직업은 기계정비사로 솔라리타 연구소에서 레이첼을 처음 만났다. 더스트 폴 이후 기계정비 일에 문제가 생기자 도망자 신세가 되었으며 말레이시아 지역에서 레이첼을 다시 만나 프림 빌리지를 건설한다. '레이첼'은 솔라리타 연구소의 식물학자이다. 몸의 절반도 안 되는 비율이 유기체로 이루어진 만큼 거의 완전한 사이보그로, 사고나 감정 체계가 인간의 것이 아닐 정도로 차갑고 냉정하다. 오직 자신의 식물에만 관심이 있으며 세상과는 무관한 신비로움을 가진 인물이다. '지수'의 욕심 때문에 인위적으로 감정적 태동을 맞아 혼란을 겪기도 한다.

 

3. 리뷰

 

방금 안 사실이지만 <지구 끝의 온실>이 영상화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세랑의 <보건교사 안은영>이 넷플릭스 시리즈로 제작된 사실을 감안하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결이 다르다고 할까, 왜인지 <지구 끝의 온실>은 조금 더 복잡한 설정을 가졌기 때문에 영상화가 조금 걱정되기는 한다. 일단 플롯 자체가 액자식 구성이고 설정도 간단치 않을 뿐더러 세계관이 조악한 SF인지라 영상으로 구현하려면 제작비가 상당히 소요될 것 같기 때문이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그만큼의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지만. 김초엽의 소설은 이번으로 2번째이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라는 그의 첫 소설집을 몇 년 전에 읽고 나서 한동안 그의 소설은 읽지 않았는데 이번에 학교 행사에 참가하게 되면서 그의 첫 장편소설을 읽게 된 것이다. SF 장르소설의 대세 시류를 보면 창작자로서 그의 능력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느껴진 때가 많다. 하지만 동시에 순수한 내 취향과는 거리가 꽤 먼 편이라 헷갈리기도 한다. 장르소설 특유의 간단한 문장, 명징한 사유체계가 이질적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같이 문학의 불모지 같은 시대에 SF 장르의 비약적인 발전은 여러 측면에서 유효할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은 뜯어봐야 재미있는 소설이다. 물론 간단하게 읽기 좋기는 하지만 설정이 너무 많아서 쉽게 읽힌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는 소설이기도 하다. 작가가 집필하기 전에 식물학과 생물유전학을 공부했다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그것들에 문외한인 독자로서는 막힘이 있는 소설이었다.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구체적인 설정을 이해하기에는 한 번만 읽어서는 좀처럼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몇몇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소설을 뜯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여전히 담겨있는 소설. 작가는 전부터 계속해서 차별과 혐오, 소수자와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그의 소설은 거의 일관적인 감각을 줄만큼 무언가 지향하는 이상이 있다. 그 속에서 현실을 비추는 식인데, 말하자면 절대 일어날 일 없는 SF 이야기에서 현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가장 최악을 상상하며 각성을 돕는 글, 예를 들면 위협 전략을 차용한 공익 광고 전략 같기도 하다. 소수자의 배척이 극한을 달리면 세계가 얼마나 처참해지는지를 보여주는데 순수문학에서 이러한 주제를 다소 은근하게 풀어내는 경향이 있다면, 그의 소설은 확신에 가득찬 문체로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주제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소설에서는 기득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대비시킴으로써 보여주었다. 300쪽을 훌쩍 넘는 분량의 소설이라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지만 읽다보니 이틀 동안 읽을만 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주말에도 해야 할 일이 가득한 나로서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구석이 있기는 했다. 목적이 있었다고 한들, 이것이 장르소설이었기 때문인지 읽는 데 큰 피로는 없었다는 게 내가 말하고 싶은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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